서랍에서 꺼낸 흰 티셔츠가 누렇게 변해 있는 걸 발견하면 마음이 참 복잡해집니다. 분명 깨끗하게 세탁해서 넣어둔 옷인데 왜 색이 변했을까요. 흰옷의 누런 변색은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 원인이 겹쳐서 생깁니다. 그래서 무작정 표백제를 붓는 것보다, 어떤 원인으로 누레졌는지 먼저 짚어보고 그에 맞는 방법을 쓰는 편이 훨씬 결과가 좋습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눈에 보이지 않게 남아 있던 땀과 피지, 그리고 바디로션이나 데오도런트 성분입니다. 세탁으로 완전히 빠지지 않은 이 유분이 옷섬유 안에 남아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와 만나 산화되면 노란색으로 변합니다. 목깃 안쪽, 겨드랑이, 소매 끝처럼 몸에 많이 닿는 부위가 유독 누레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두 번째 원인은 세제와 섬유유연제 잔여물입니다. 세제를 권장량보다 많이 넣거나 헹굼이 부족하면 섬유 사이에 계면활성제가 남아 먼지를 붙잡고 서서히 색을 띱니다. 세 번째는 옷장 안의 습기와 자연광입니다. 특히 옷걸이의 금속 부분이 닿았던 자리에 생기는 누런 줄무늬는 습기와 금속의 반응으로 생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염소계 표백제를 반복해서 쓴 경우도 문제입니다. 폴리에스터나 나일론이 섞인 흰옷은 염소 성분과 반응해 오히려 노랗게 굳어버리는데, 이건 되돌리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원인 파악이 끝났다면 본격적으로 되살려 봅니다. 가장 기본이자 효과가 확실한 방법은 산소계 표백제를 이용한 온수 담금입니다. 40에서 6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큰 대야나 세면대에 받고, 물 5리터당 산소계 표백제 한 숟갈, 가루세제 반 숟갈을 넣어 완전히 녹입니다. 가루가 덩어리째 옷에 닿으면 얼룩이 생길 수 있으니 반드시 물에 먼저 풀어야 합니다. 여기에 흰옷을 넣고 최소 두 시간, 심한 경우 밤새 담가둡니다. 산소계 표백제는 미지근한 물에서는 거의 힘을 못 쓰기 때문에 물 온도가 핵심입니다. 담금이 끝나면 그 물을 그대로 세탁기에 붓거나, 옷만 건져 일반 세탁 코스로 돌립니다.
목깃이나 겨드랑이처럼 특정 부위만 누런 경우에는 담금 전에 부분 처리를 해주면 성공률이 훨씬 올라갑니다. 산소계 표백제 가루에 물을 조금씩 넣어 치약 정도 되는 반죽을 만들고, 누런 부위에 두껍게 올려 30분 정도 둡니다. 이때 헌 칫솔로 살살 문지르면 섬유 사이에 낀 피지가 떠오릅니다. 세게 문지르면 섬유가 일어나 오히려 그 부위가 회색으로 보이니 부드럽게 다뤄야 합니다. 주방용 액체세제를 소량 발라두는 것도 유분 제거에 도움이 됩니다. 유분성 변색에는 알칼리성 성분이, 물의 미네랄이나 금속 때문에 생긴 변색에는 산성 성분이 잘 듣기 때문에, 하나로 안 되면 다른 쪽을 시도해 보는 게 좋습니다.
면 100퍼센트 흰옷이라면 삶기가 가장 강력한 해결책입니다. 큰 냄비에 물을 받고 과탄산소다 한 숟갈, 가루세제 약간을 넣은 뒤 옷을 넣고 중약불에서 20분에서 30분 정도 끓지 않을 정도로 데워줍니다. 물이 팔팔 끓으면 섬유가 손상되니 잔거품이 올라오는 정도로 유지하고, 나무 주걱이나 집게로 가끔 뒤집어 골고루 잠기게 합니다. 삶은 뒤에는 뜨거운 상태로 찬물에 바로 넣지 말고 물이 미지근해질 때까지 두었다가 헹굽니다. 프린트가 있는 옷, 니트, 기능성 소재, 혼방 소재는 삶으면 수축하거나 프린트가 벗겨지므로 반드시 라벨을 확인하세요.
물이 딱딱한 지역이거나 옷걸이 자리에 누런 줄이 생겼다면 구연산을 써 봅니다. 미지근한 물 2리터에 구연산 한 숟갈을 녹이고 30분에서 한 시간 담근 뒤 충분히 헹굽니다. 미네랄이나 철분이 섬유에 붙어 생긴 변색에 효과가 좋습니다. 단, 산소계 표백제와 구연산은 동시에 쓰면 서로 효과를 깎아먹으니 반드시 따로, 중간에 헹굼을 넣어 진행하세요. 레몬즙을 섞은 물에 담근 뒤 햇볕에 말리는 옛 방법도 옅은 변색에는 통하지만, 진한 변색에는 산소계 표백제 쪽이 훨씬 확실합니다.
마무리 헹굼과 건조도 결과를 좌우합니다. 헹굼은 물이 완전히 맑아질 때까지 두세 번 하고, 변색을 되살리는 세탁에서는 섬유유연제를 생략하는 편이 좋습니다. 유연제 성분이 다시 섬유에 코팅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말릴 때는 그늘에서 통풍이 잘 되게 널되, 면 흰옷은 젖은 상태로 햇볕에 잠깐 두면 자연 표백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완전히 마른 뒤에도 계속 직사광선에 두면 오히려 섬유가 삭고 다시 누레지니 마르면 바로 걷습니다.
한 번에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아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래된 변색은 담금 세탁을 두세 번 반복하면 눈에 띄게 옅어집니다. 대신 예방이 훨씬 쉽습니다. 흰옷은 한 번 입었으면 바로 세탁하고, 땀이 많은 날에는 목깃과 겨드랑이에 세제를 미리 발라두세요. 세제는 권장량만 쓰고 헹굼 횟수를 한 번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보관할 때는 완전히 건조된 상태로 넣고, 비닐 커버 대신 통기성 있는 부직포 커버를 쓰고, 금속 옷걸이보다 플라스틱이나 나무 옷걸이를 사용합니다. 옷장 한쪽에 제습제를 두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교체하면 다음 시즌에 옷을 꺼낼 때 훨씬 기분이 좋을 거예요.